[질투] by 알랭 로브그리예
A는 여전희 밝은 빛깔에 깃이 빳빳하고 몸에 딱 붙는 드레스를 입고 있다.
점심 때도 입고 있던 것이다. 크리스티안은 헐렁한 옷일수록 더위를 견디기에 수월하다고 여러차례 그녀에게 말했다.
그러면 A는 그저 미소 짓고 마는 것이었다.
그녀는 더위를 타지 않는다.
훨씬 더운 기후, 예컨대 아프리카와 같은 기후도 겪었지만, 아무렇지 않게 견디었던 것이다.
게다가 그녀는 추위에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어디를 가도 불편을 모른다.
그녀가 고개를 돌리자 검은 머리 타래가 물결치듯 양 어깨와 허리 위에서 부드럽게 움직인다.
A는 프랑크의 의자와 자신의 의자를 사무실 창문 밑에 나란히 놓이도록 했다.
이렇게 해서 그녀의 자리 왼편으로는 프랑크의 의자가 오른편으로는 술병이 놓인 작은 테이블이 조금 앞쪽으로 놓이게 되었다.
나머지 의자 두개는 앞서 말한 두 의자와 테라스의 난간 사이에서 전망을 방해하지 않도록 테이블의 저편 좀 더 오른쪽으로 놓였다.
역시 전망을 이유로 나중 의자 두개는 처음 의자들을 향하지 않게 난간과 골짜기 위쪽을 향해 비스듬히 배치되었다.
따라서 이 두 의자에 앉아 A를 보려면 부득이하게 고개를 왼쪽으로 많이 돌려야 한다.
특히 제일 멀리 떨어진 네번째 의자의 경우는 더욱 그러하다.
지금 집은 비어 있다.
A는 프랑크와 함께 시내에 내려갔다.
급한 장을 보기 위해서다.
그게 무엇인지는 자세하게 말하지 않았다.
오전 6시30분에 집을 떠난 그들은 자정이 좀 지나서 돌아올 계획이다.
그러면 열여덟 시간 동안 떠나 있는 셈인데 모든게 잘 돌아간다고 해도 적어도 여덟 시간은 길에서 보낼 것이다.
그동안 집은 비어있다.
A는 아직도 돌아오지 않았다.
그들은 예정보다 조금 늦는다.
나쁜 도로 사정을 생각하면 당연한 일이다.
A는 오래전에 돌아왔어야 한다.
그렇지만, 늦을 만한 이유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해는 이미 오래전에 떠올랐다.
A는 돌아오지 않았다.
A와 프랑크가 동시에 각각 차의 양쪽 앞문에서 내린다.
A는 한쪽 손에 형태가 불분명한 아주 작은 꾸러미를 하나 들고 있다.
그러나 꾸러미는 거친 유리의 결 때문에 곧 보이지 않게 된다.
문이 열리자 두 사람은 동시에 똑같이 미소 짓는다.
그렇다.
그들은 조금도 불편한 데가 없다.
아니다.
사고가 난 것이 아니다.
그저 모터에 작은 고장이 생겨서 어쩔 수 없이 호텔에서 하룻밤 보내고 다음 날 정비소가 문을 열기를 기다린 것이다.
.
.
.
.
.
관찰자인 A의 신랑의 잔인할 정도로 무서운 침착하고 차분한.
지독한 사랑인지 아님 집착인지....
읽는 내내 마음이 아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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