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2 [하얼빈] by 김훈 김훈의 장편소설하얼빈 첫 문장1908년 1월 7일, 일본 제국 천황 메이지는 도쿄의 황궁에서 대한제국 황태자 이은을 접견했다. 이은은 열두 살이었다. 한국 통감 이토 히로부미가 한국 황태자의 보육을 책임지는 태자태사의 자격으로 작년 말 이은을 서울에서 도쿄로 데려왔고 이날 메이지의 어전으로 인도했다. 저는 요즘 책을 읽을 때 첫 문장, 첫 페이지에 주목하는 버릇이 생겼습니다.이번 하얼빈의 첫페이지 첫 문장은 순종의 이복동생 이은이 황태자로 일본유학이라는 명목하에 인질로 가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을사늑약으로 일본유학을 반대할 수 없었던 순종의 마음은 어찌했을지. 작가는 말합니다. 이 글을 이어간 단어는 '포수', '무직', '담배팔이' 였다고.안중근은 체포된 후 일본인 검찰관이 진행한 첫 신문에서 자신의.. 2024. 12. 12. [저만치 혼자서] by 김훈 1. 명태와 고래 p16.이춘개는 아침 아홉시에 북부 제3교도소에서 출소했다. 간첩죄, 보안법 위반으로 징역 십사 년을 선고받고 십삼 년을 복역한 뒤 삼일절 특사로 잔여 형기 십 개월이 사면되었다. 만기 출소나 별 차이 없었다. p45.전시 기간은 일주일이었는데, 이춘개는 전시회가 끝나는 날 사체로 발견되었다. 이춘개는 여인숙 주인에게 두 달 치 숙박비를 미리 지불했고, 포구 안 음식점에 외상값은 없었다. 이춘개가 쓰던 방에서는 붓 한 자루와 벼루, 그림을 그리다 만 화선지 몇 장, 현금 삼천원과 옷가지 몇 점이 나왔다. p46.이춘개가 죽은 해 겨울에 명태가 많이 잡혔다. 명태는 물결처럼 밀려내려왔다. 먼바다에서 고래들이 솟구치며 연안으로 다가왔다. 2. 손 p53.나는 사내에게 목례를 보냈다. 사내의.. 2024. 11. 22.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