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편의 치유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사람은 살아가며 본의 아니게 많은 상처를 받는다.
이 책으로 조금의 위안이 되길 바란다.
1. 유령의 집
p26.
장례식에는 할머니가 만든 갖가지 음식을 먹고 때로 의논거리를 들고 오기도 했던, 당시에는 젊었떤 할아버지들이 검은 양복을 입고 줄줄이 나타났다.
그리고 가게에서 데이트를 했던 얘기, 실연하고서 가게를 찾아와 할머니가 만든 새우튀김을 먹었다는 추억담 등, 이런저런 의미의 배경이 된다는 게 얼마나 굉장한 일인지, 나는 감동하고 말았다.
p60.
내가 만든 음식이 누구에게나 마지막 식사가 될 수도 있다.
그런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항상 잊지 말자고 다짐한다.
p63.
그리고 언젠가는 우리도 그 부부처럼, 거의 흔적조차 남기지 않은 채 사라지리라.
그것은 언뜻 보면 단순한 인생이지만, 실은 칠대양을 탐험하는 것에 필적할 만큼 거대한 흐름에 속하는 무엇이다.
거기에는 돌아가신 우리 할머니도 있고, 돌아가신 이와쿠라의 어머니도 있다. 그리고 그 부부도 있다.
모두가 그 흐름 속에 살았고, 모두가 이런저런 일로 아등바등하면서도, 어차피 같은 물 속에 있다.
p.s
'그 일에 어떤 태도로 임하느냐' - 미움받을 용기 중
주워진 조건에서 난 얼마만큼 성의를 보이며 살아가고 있을까??
그리고 그 삶에서 누구의 위로가 되고 위안이 되었던가?
지금껏 살아온 내 삶을 뒤돌아보게 만든다.
2. 엄마!
p85.
이 세상에 가족 때문에 상처 입지 않은 사람은 하나도 없다는 것도 이미 알고 있었다.
나는 조금도 특별하지 않고, 모두들 그 상처에 잘 대처하고 못하고의 차이가 있을 뿐.
어차피 '가족에게 사랑 받고 보호받는 반면, 가족이란 틀에 규정되고 마는 것이 인간이라는 존재'라는 것을 나는 깨달았다.
p87.
평소에는 일상과 친구와 가족과 생활에 뒤섞여 잊고 있었던 너무도 거대하고 본질적인 것이, 그 때 고요함과 함께 나를 단숨에 짓뭉개려 했다.
그렇게 될 줄도 모르고 나는 아무 보호막 없이 어둠 속으로 나갔다.
자신의 미미함을 알기 위해서.
p96.
이 쪽에서 뜻하지 않게 속을 드러내 보이자 상대방도 속을 드러내어, 나이도 입장도 동등한 어린아이들처럼 되고 말았다.
p104.
사람에 대해서 내가 얼마나 아는 척했는지에 대해, 그리고 사람 때문에 죽을 뻔했다가 역시 사람 덕에 죽음에서 헤어나는...
p106.
나 하나쯤 이 세상에 있어도 그리 큰 공간은 차지하지 않는다.
늘 그렇게 생각했다. 인간은 언제 사라져도 모두들 마침내는 그 부재에 익숙해진다. 그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내가 없어진 풍경을 그 안에서 살아가는 내 사랑하는 사람들을 상상하자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
나란 형태를 쏙 도려냈을 뿐인 세상인데, 왜 그런지 무척이냐 쓸쓸해 보인다.
p111.
'학대받은 아이는 자기 몸의 아픔과 마음을 분리시킬 수 있다.'
스스로 제몸의 무거움을 인식하지 못하거나, 간이 아직 정상이 아니니 어쩔 수 없는데도
그 무거움에 죄책감을 느끼는 것이 바로 그런 것일까.
생각이 거기에 미치자 갑자기 마음이 서늘해지고 말았다.
p117.
너무 신중한 것도, 고집스러운 것도, 자신에 대해서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것도, 행복이 무서워 견딜 수 없는 것도, 기억이 애매해서 그런건가 하고 나는 생각했다.
p127.
사실 다른 형태로 같이 지낼수 있었는지도 모르는데, 왜 그랬는지 관계가 순조롭지 못했던 사람들, 아빠와 엄마, 옛날 애인, 헤어진 친구들, 어쩌면 거기에는 야마조에씨와의 인연도 포함되어 있을지 모른다.
이 세상에서, 그렇게 만났기 때문에 나와 그 사람들 관계는 도저히 원만할 수 없었다.
p.s
부모의 학대, 고아처럼 친할머니, 할아버지 밑에서 자란 마쓰오카.
이 내용을 읽으면서 참 많이 울었다.
허구인줄 알면서도 참 현실과 닮아 있어서 그랬나보다.
상처가 있음에도 훌륭하게 자라준 마쓰오카에게 토닥토닥~~
늘 한구석 구멍이 나 있는 것 같은 나를 뒤돌아 보게 만들었다.
나 또한 왜그리 팍팍하게 살았을까~~
3. 따뜻하지 않아
p146.
그럼에도 그들이 운영하는 온 도시의 고급스러운 전통과자 가게는 아무런 타격없이 장사를 계속했다.
아, 이게 오래 계속된다는 것의 의미로구나, 하고 나는 생각했다.
믿음직스럽기만 한것도, 강인한 것만도 아니다.
언젠가 거기에 있는 강처럼, 모든 것을 집어삼켜 없었던 일인 것처럼 하고는 쑥쑥 앞으로 나아간다.
p147.
새하얗고 예쁜 고양이처럼, 들여다보일 듯 깃털이 투명한 새처럼, 과도하게 맑고 깨끗한 것은 수명이 짧은 건가 생각하곤 한다.
p149.
'그건 집 안에 있는 사람의, 마음 속 빛이 밖으로 비치니까, 그래서 밝고 따뜻하게 느끼는 거 아닐까. 난 그렇게 생각하는데, 불이 켜져 있어도 썰렁한 경우도 많은 걸 뭐.'
'사람의 기척이 비치는 거겠지, 아마 그러니까 부러워하기도 하고, 가고 싶다고 생각하는 거 아닐까.'
p.s
어른들의 잘못으로 수많은 아이들이 희생된다...
4. 도모짱의 행복
p.s
나만 왜 이럴까?
왜 하필 나야?
하지만, 불합리와 불행 뒤엔 어쩌면 같은 크기의 긍정과 행복이 준비되어 있지 않을까...
5. 막다른 골목의 추억
p202.
세상에는 사람 각자의 수만큼 절망의 한계가 있는걸, 나나 너의 불행 따위와는 비교도 안 될 만한 많은 것들이 있고, 만일 그런 일을 당하면 우리는 그대로 엎어져서 바로 죽을거야.
그러니까 우린 그나마 행복하고 편안한 거야. 그렇지만 그건 부끄러운 일이 아니야.
p225.
그 날들은, 기분이 엉망진창이었던 내게 신이 덮어 준 포근한 담요처럼, 어쩌다 우연히 찾아온 것이었다.
다섯편의 내용이 나이면서 친구 같았다.
마음 한구석이 아리면서도 편안해졌다.
진짜 내 인생을 시작할 수 있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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