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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마음책방

[작별인사] by 김영하

by 개미마음 2024. 12. 2.
외로운 소년이 밤하늘을 본다
지켜야 할 약속이 있다

 
 
책을 읽으면서 영화 '알리타'를 생각했다.
AI시대가 점점 빠르게 다가오고 있는 지금!
어쩜 이런 일은 먼 미래의 얘기는 아닐 것이다.
 
'작별인사'라는 제목에 대해 김영하작가는 이렇게 말했다.

"제목을 '작별인사'라고 정한 것은 거의 마지막 순간에서였다. 정하고 보니 그동안 붙여두었던 가제들보다 훨씬 잘 맞는 것 같았다. 재미있는 것은 '작별인사'라는 제목을 내가 지금까지 발표한 다른 소설에 붙여보아도 다 어울린다는 것이다." 
"이 년 전 초고를 쓰던 시절의 가제는 '기계의 시간'이었고, 어쩌면 '작별인사'보다 근데 더 어울리는 제목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기계의 시간'이라는 제목이 이 소설에 맞지 않게 되었다. 지금으로선 '작별인사'보다 더 맞춤한 제목은 떠오르지 않는다."
"마치 제목이 어떤 마력이 있어서 나로 하여금 자기에게 어울리는 이야기로 다시 쓰도록 한 것 같은 느낌이다. 탈고를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원고를 다시 읽어보았다. 이제야 비로소 애초에 내가 쓰려고 했던 어떤 것이 제대로, 남김없이 다 흘러나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순간 문득 어떤 이미지가 하나 떠올랐다. 누군가 별이 가득한 밤하늘을 올려다보고 있는 장면이었다. 나는 노트를 펼쳐 적었다. '외로운 소년이 밤하늘을 본다. 지켜야 할 약속이 있다.' 나에게 이 소설의 인물들은 언제나 그런 이미지였다. 혼자이고, 외롭지만 어떻게든 이 고통의 삶을 의미있게 살아갈 이유를 찾는 존재들. "

 
사실 난 책을 읽는 내내 "왜 제목이 '작별인사'일까"라는 생각을 하면서 읽었다.
그런데 그 이유를 마지막 글을 읽고 이해했다.
 
<마지막 문장>
P297.
끈질기게 붙어 있던 나의 의식이 드디어 나를 떠나간다.
 
이 문장에서 우리는 모두 이 지구에서 이 우주에서 마지막 인사를 할 수밖에 없는 존재라는 것을.
'작별인사'는 누구도 피해갈 수 없다는 것을.
탄생도, 고통도, 죽음도, 개별성도 없는 네트워크의 삶이 아닌 이야기가 있는 삶을 선택한 철이.
 
이 책에 철학적 내용이 담겨 있는데 그래서 삶에 대해 인간에 대해 살아있는 생명체에 대해 생각해 볼 시간이 되었다.


p112.
그리움이라는 감정이 꼭 좋았던 무언가를 향한 것만은 아닐 거라고 생각한다. 그저 익숙한 무언가를 되찾고 싶은 마음일 수 있다. 
 
p151.
아예 태어나지 않음은 누구의 괴로움도 아니지만, 폭력은 다른 존재에게 참을 수 없는 고통을 가하는 명백한 해악입니다.
 
p242.
막상 몸이 사라지고 나니 그동안 얼마나 많은 것을 몸으로 해왔는가 새삼 깨닫게 되었다. 몸 없이는 감정다운 감정도 느껴지지 않았다. 볼에 스치는 부드러운 바람이 없고, 붉게 물든 장엄한 노을도 볼 수가 없고, 손에 와닿는 부드러운 고양이 털의 감촉도 느낄 수가 없는 것이다. 나는 채 동이 트지 않은 휴먼매터스 캠퍼스의 산책로를 달리던 상쾌한 아침들을 생각했다. 몸이 지칠 때 나의 정신은 휴식할 수 있었다. 팔과 다리가 쉴 새 없이 움직일 때, 비로소 생각들을 멈출 수 있었다는 것을 몸이 없어지고서야 깨닫게 된 것이다.
 
p268.
어쨌든 달마의 예언대로 오래지 않아 인간의 세상이 완전히 끝나고, 그들이 저지르던 온갖 악행도 사라지자 지구에는 평화가 찾아왔다. 대기의 기온이 다시 내려가기 시작했고 이산화탄소 발생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이른바 인간세계가 끝나게 된 것은 SF 영화에서처럼 우리 인공지능들이 인간을 학살하거나 외계 생명체가 숙주로 삼아서가 아니었다. 그들은 점점 더 우리에게 의존하게 되었고, 우리 없이는 아예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되었다. 우리는 인간의 뇌에 지속적으로 엄청난 쾌락을 제공하였고, 그들은 거기서 벗어나려 하지 않았다. 인간들은 번거로운 번식의 충동과 압력에서 해방되어 일종의 환각 상태, 가상세계에서 살아갔다. 오래전 중국의 도가에서 꿈꾸었던 삶이 인간에게 도래한 것이다. 인간은 신선이 되었다. 그리고 오래지 않아 멸종해버렸다.
 
p295.
내가 누구이며 어떻게 존재하는 것이 온당한가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긴 시간을 보냈다. 여기서 구조되더라도 육신이 없는 텅 빈 의식으로 살아가다가 오래지 않아 기계지능의 일부로 통합될 것이다. 내가 누구이며 어떤 존재인지를 더 이상 묻지 않아도 되는 삶. 자아라는 것이 사라진 삶. 그것이 지금 맞이하려는 죽음과 무엇이 다를까?
 


의식을 가진 생명체는 존재 가치를 생각하게 된다.
지금 나에게 철학이 필요한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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