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앞의 생에서 우리는
슬픈 결말에도 우리는 사랑해야 한다.
모모와 로자 아줌마 관계의 사랑은 필요에 의한 사랑이었을까?
모모가 말한 '같은 부류의, 똥같은 사람'에 대한 연민이었을까?
필요에 의한 사랑이든 연민이든 사람에겐 사랑이 필요한 걸까?
모모는 하밀 할아버지가 말한 "사람은 사랑할 사람 없이는 살 수 없다."는 말을 가슴에 새기고 있었는데 로자 아줌마의 죽음, 나딘 아줌마 가족의 보살핌에서 마지막 '사랑해야 한다'라고 하며 끝을 맺는다.
사람을 변화시키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의 원천은 사랑인가?
죽음에 대해서도 많은 생각을 했다.
로자 아줌마는 연명치료가 될 수 있는 병원을 거부했다.
모모는 그런 로자 아줌마를 위해 의사 카츠 선생님께 안락사할 수 있게 도와달라고 했으나 안락사는 법으로 허용되지 않았다. "병원에 갔다 하면 아무리 아파서 죽을 지경이라 해도 안락사를 시켜주지 않고 주삿바늘 찌를 살덩이가 남아 있으면 언제까지고 억지로 살아 있게 한다는 것을 이 동네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알 고 있었다. 최후의 결정은 의학이 하는 것이고, 의학은 하느님의 뜻이 이루어지는 것을 끝까지 막으려 한다는 것을."
작가는 책에서 죽음을 대하는 태도를 명확히 했던 것 같다.
그래서 사랑때문인지 병에 의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작가 에밀 아자르는 66세에 자살을 한다.
읽는 내내 모모와 로자아줌마의 이웃들, 어쩜 똥같은 부류일지도 모르는 이웃들의 따뜻한 시선을 느꼈다.
참 많은 밑줄을 그었다.
그 중에 괜찮은 글을 기록해두려고 한다.
p46
내 생각에는, 정의롭지 못한 사람들이 더 편안하게 잠을 자는 것 같다. 왜냐하면 그런 사람들은 남의 일에 아랑곳하지 않으니까. 하지만 정의로운 사람들은 매사에 걱정이 많아서 잠을 제대로 잘 수 없다. 그렇지 않다면 그들은 정의로운 사람들이 아닐 것이다. - 공감되는 내용이었다.
p65.
발길로 엉덩이를 차인다든가 하는 밖으로부터의 폭력은 도망가버리면 그만이다. 그러나 안에서 생기는 폭력은 피할 길이 없다. 그럴 때면 나는 무작정 뛰쳐나가 그대로 사라져버리고만 싶어진다. - 언어폭력이 아이들에게 주는 상처를 느꼈다.
p72
"무서워하는 데에 꼭 이유가 있어야 하는 건 아니란다."
나는 그 말을 결코 잊은 적이 없다. 왜냐하면 내가 지금까지 들어본 말 중에 가장 진실된 말이기 때문이다.
- 모모도 무서움을 느껴서 상상을 하며 지낸걸까?? 잘 이해가 안가는 부분이다.
p96
하밀 할아버지의 말 "완전히 희거나 검은 것은 없단다. 흰색은 흔히 그 안에 검은색을 숨기고 있고, 검은색은 흰색을 포함하고 있는 거지."
p101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부분은 심장과 머리이며, 그래서 그것들은 아주 소중히 다루어야 한다. 심장이 멎으면 사람은 더이상 살 수 없게 되고, 뇌가 풀려서 제 기능을 못하게 되면 사람은 더이상 제힘으로 살 수가 없게 되기 때문이다. 나는 살아가기 위해서는 아주 일찍부터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시간이 지나 능력이 떨어지면 아무도 도와줄 사람이 없게 된다.
p104
나는 나쁜 상황을 헤쳐나가기 위해 모든 것을 다 해본 다음에나 그 행복이란 놈을 만나볼 생각이다.
- 여기서 행복은 마약을 얘기한다. 어쩜 모모는 자존감이 높은 아이였던 것 같다.
p168
사회보장제도에서 나오는 연금이 있다 해도 그 역시 돈 없고 찾아오는 사람 없는 노인이었다. 사람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바로 그런 것들인데 말이다. - 돈, 사람...
p279
지금 생각해보면 그녀는 무척 아름다웠던 것 같다. 아름답다는 것은 우리가 누구를 어떻게 생각하는가에 달려 있는 것이다. - 늘 뚱뚱하고 못생겼다고 말했던 모모가 로자 아줌마를 아름다웠던 것 같다고 말한다.
p280
"난 너무 추한 꼴이 되었구나, 모모야."
나는 화가 났다. 늙고 병든 여자에게 나쁘게 말할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는 것이니까. 하나의 자로 모든 것을 잴 수는 없지 않은가. 하마나 거북이 다른 모든 것들과 다르듯이 말이다.
p300
나는 식물인간으로 세계기록을 세운 미국인이 예수그리스도보다도 더 심한 고행을 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십자가에 십칠 년여를 매달려 있은 셈이니까. 더이상 살아갈 능력도 없고 살고 싶지도 않은 사람의 목구멍에 억지로 생을 처넣은 것보다 더 구역질나는 일은 없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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