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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마음책방

[부부가 둘 다 놀고 있습니다] by 편성준 (몽스북, 2020)

by 개미마음 2025. 2.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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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논다고 굶어 죽을까?"
우리의 모험은 이 질문에서 시작되었다.

 

 

도서관에 갔다가 제목에 이끌러 책을 뽑았다.
치열하게 살아도 먹고 살기 힘든 시대에 부부가 둘 다 놀고 있다니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놀면서 잘 사는 방법을 나도 알고 싶었다.
잠깐 훑어보려고 했는데 결국 대출해서 집에 가져왔다.
작가는 20년 넘게 카피라이터로 일했고 늦은 나이에 지금의 와이프를 만나 직장을 그만두고 '성북동 소행성'이란 한옥집에서 살고 있으며 부부의 꿈은 앞으로도 '쉬지 않고' 노는 것이라고 한다.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 담백하게 써내려간 책이라 술술 읽힌다.
일요일 커피숍에 앉아 실수담이 많은 남자를 읽을 때는 '내 남편이었으면 정말 가만 안 뒀을 거야. 진짜 와이프 잘 만났네.'라며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읽어 내려갔다. 
작가는 와이프가 "오빠는 왜 날 사랑해?"라고 물었을 때 "그게 제일 유리해서!"라고 답을 했다는 글이 있는데 정말 딱 맞는 말이 아닐까 싶다. 정말 유리한 선택이셨습니다.^^

 

 

작가의 소개글이 목차 앞에 나온다. 내용은 이렇다.

20년 넘게 광고 회사 카피라이터로 일했다.
뒤늦게 출판 기획자인 아내를 만나 동거하다가 결혼했다.
나는 초혼, 아내는 재혼이었다.
아이는 없고 고양이 순자와 산다.
작은 한옥을 사서 고친 뒤 '성북동 소행성'이란 문패를 달았다.
툇마루에 앉아 텅 빈 마당과 하늘을 바라볼 때가 제일 행복하다.
아내는 요리를, 나는 설거지를 좋아한다.
친구들을 불러 밥해 먹이기는 걸 좋아한다.
나는 길치, 아내는 장롱 면허라 둘 다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결혼기념일 아침에 침대에서 눈뜨자마자 커플 사진 찍기' 행사를 8년째 이어오고 있다.
공원 벤치와 화장실을 사랑한다.
약간 겁은 나지만, 부부가 둘 다 놀고 있다.

 

간단하게 부부의 특성을 소개했는데 왠지 모든 걸 담고 있는 느낌이다.

나와 신랑을 표현한다면 어떻게 표현할까? 생각해 보게 된다.

 

 

이 글에서 가장 쇼킹했던 글은 박근혜정부 때 일본과 위안부 해결방안을 보고 화가 나서 고속버스 안에서 썼다는 '난 차라리 니가 나가 죽었으면 좋겠어'이다.

이 글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꼭 읽어보셨으면 좋겠다.

 

 

그리고 현대인의 걷는 사람, 자전거를 타는 사람, 자동차를 타는 사람 이렇게 세 가지 층위로 나눠 얘기했는데 나는 막연히 걷는 사람이 가장 고달플 거라 생각했는데 작가는 그렇게 말하지 않는다.

걷는 사람과 자동차를 타는 사람은 그래도 멈춰서 주변을 볼 수 있지만, 자전거 타는 사람은 페달을 계속 밟아야 앞으로 나아가고 밟지 않으면 쓰러진다고 했다. '보통 휴일을 빼고 페달을 밟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 말이 왜이리 무섭게 들리는지. 지금 우리는 페달을 얼마나 세게 밟고 있는 걸까요?

 

 

나도 희망온도를 맞추고 주류 이탈자의 행복을 맛보고 싶고, 아래의 글처럼 잘 놀아서 인정받고 싶어졌다.

 

그리고 매일매일 주문을 외울 것이다. '매일매일이 좋은 날'이라고.

 

 

이 책은 에리히 프롬의 [나는 왜 무기력을 되풀이하는가] 에 나오는 글을 끝으로 마무리한다.

"진짜 삶을 산다는 것은 매일 새롭게 태어날 준비를 하는 것이다. 태어날 준비는 용기와 믿음을 필요로 한다. 안전을 포기할 용기, 타인과 달라지겠다는 용기, 고립을 참고 견디겠다는 용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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