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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새벽 폭설이
그 모든 흔적을 덮었다.
죽은 인주의 1주기를 기점으로 흔적을 찾아가는 여정이라고 할까?
강석원은 인주의 1주기 특집기사를 자살한 천재 화가의 죽음이라 썼고 곧 책을 출간한다고 한다.
그 기사를 본 친구 정희는 인주의 아들 민서를 위해 죽음이 자살이 아님을 밝히려 한다.
과거를 회상하고 되짚어가는 과정에서 몰랐던 인주의 행적을 찾고 자신의 아픈 상처도 이야기한다.
그리고 인주와 인주 삼촌과의 추억도.
인주를 사랑한 강석원은 살아있는 동안 인주의 시선은 늘 정희에게 향했다고 말한다.
어쩜 인주는 정희가 아픔과 상처를 이겨내길 자신보다 오래 살고 버텨내길 바랬는지도 모르겠다.

정희의 엄마는 경제력 없는 아빠를 대신에 돈까스 장사를 했다. 장사를 도와준 사람은 정희였지 아들들이 아니었다.
집안에 남자가 있었지만 남자는 부재였다.
중년이 되어가는 정희가 바라본 엄마의 삶은 폭력이었다고 느낀다.
이 글이 나를 먹먹하게 만든다.

정희는 인주가 자살하지 않았음을 확신한다.
"단 한 번의 마지막 호흡이라는 걸 또렷하게 느끼면서," 살아냈을 거라 생각한다.

누구에게나 달의 뒷면 같은 상처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너무 짓무르지 않게 드러내며 살아가길 바래본다.
이런 바람이 불면 말이야.
민서를 고쳐 업으며 인주는 말했다.
이만큼의 습기를 품은 바람이, 이만큼의 세기로 불면 말이야....
혈관 속으로 바람이 밀고 들어오는 것처럼 느껴져.
모든 것이 커다란 전체로 느껴져.
언제고 내 다리를....
단박에 목숨까지 꿰뚫을 수 있는 삶을 지금 살아내고 있다는 게, 무섭도록 분명하게 느껴져.
-바람이 분다, 가라- p369
흔적은 여전히 미스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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