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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자 >
- 이정록
병원에 갈 채비를 하며
어머니께서
한 소식 던지신다
허리가 아프니까
세상이 다 의자로 보여야
꽃도 열매도, 그게 다
의자에 앉아 있는 것이여
주말엔
아버지 산소 좀 다녀와라
그래도 큰애 네가
아버지한테는 좋은 의자 아녔냐
이따가 침 맞고 와서는
참외밭에 지푸라기도 깔고
호박에 똬리도 받쳐야겠다
그것들도 식군데 의자를 내줘야지
싸우지 말고 살아라
결혼하고 애 낳고 사는 게 별거냐
그늘 좋고 풍경 좋은 데다가
의자 몇 개 내놓는 거여
'싸우지말고 살아라'
이 말에 눈물이 핑 돈다.
아침부터 아들에게 화를 내고 나왔다.
'밥 잘 챙겨먹어라. 건강해야 뭐든 하지.'라는 카톡을 남겼다.
나는 가족에게 과연 편안한 의자를 내어준적이 있었는지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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