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숙제 같고 어렵다.
나이가 들면서 가족의 무게감이라는 게 생겼다.
서운함도 미움도 사라졌지만 어딘가에 남아있는 불편함이 있다.
나는 오남매. 독수리 오형제다.
어릴 적 오빠한테 밥 차리는 걸 시켜서 엄마한테 걸리면 욕을 먹었다.
딸은 대학가지 말라고 해서 재수까지 하며 대학을 갔다.
난 고집불통 셋째라 엄마에게 불만을 표출했다.
20대는 생각 없이 지냈고, 30에 결혼을 했다.
자식을 낳으니 엄마가 조금 이해가 됐다.
엄마는 어릴 때 부모님이 돌아가셔서 할아버지 밑에서 자랐다고 했다.
출가외인은 아무 쓸모없다던 엄마는 지금 얘기한다.
'내가 부모의 사랑을 받지 못해서 그런지 너희한테 제대로 사랑을 주지 못한 것 같다'고.
50인 나는 엄마의 어린 시절을 생각하면 그냥 눈물이 난다.
'난 그래도 부모님 밑에서 편하게 살았구나'하고.
오늘 가족에 대해 생각하게 된 건 미국에 살고 있는 오빠네 식구들이 오랜만에 한국에 들어온다고 해서다.
올케언니야 1년에 한 번씩 매년 들어오니 그냥 한국에 사는 사람 같은데,
오빠는 8년 만에 들어오는 거다.
한국에 없는 오빠 식구들이 나를 불편하게 하는 것도 아닌데 이상하게 오빠네 식구는 불편하다.
장남에 대한 엄마의 기대에 오빠가 못 미친다고 생각해서 나도 불편한가 싶다.
오빠는 미국에 유학가 살면서 결혼했다.
결혼하면서 사람이 변했다. 변했다고 생각한다.
나랑 아무 상관없는 사람 같은데 엄마한테는 그러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오빠가 변했다고 생각하니 올케언니가 미워진다.
변한 건 오빠인데 말이다.
나는 불편한 얘기를 잘하지 못하는 성격이다.
내 감정을 말로 잘 표현하는 사람을 보면 부럽다.
'나는 이러이러해서 기분이 나빠'라는 말을 못 해서 늘 속상해하고 손해 봤다고 생각하며 괴로워한다.
이번에 오빠를 보면 할 말해야지 하면서 난 아무렇지 않은 척 오빠네 식구를 대할 것이다.
그래서 벌써부터 불편하다.
가족은 늘 숙제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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